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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귀에 소기름이나 소뿔등잔에 아즈가리 기름을 켜는 마을에서는 겨울밤 개 짖는 소리가 반가웁다
이 무서운 밤을 아래웃방성 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어
개는 짓는다
낮배 어니메 치코에 꿩이라도 걸려서 산(山) 너머 국수집에
국수를 받으러 가는 사람이 있어도 개는 짖는다
김치가재미선 동치미가 유별히 맛나게 익는 밤
아배가 밤참 국수를 받으러 가면 나는 큰마니의 돋보기를 쓰고
앉어 개 짖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아즈까리: 아주까리, 피마자
겨을: 겨울
아래웃방성: 방성(傍聲). 예전에 과거에 합격한 사람을 알리는 방꾼이 방을 전하기 위해 크게 외치던 소리
낮배 : 낮에, 한낮 무렵
어니메: 어디
치코: 키에 얽어맨 새잡이 그물의 촘촘한 코, 올가미
김치가재미: 겨울철에 김치를 묻은 움막
큰마니: 할머니
(그림 : 림용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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