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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 - 고방 (庫房)
    시(詩)/백석 2014. 8. 4. 16:30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어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촌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

    삼촌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가 예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에 두부산적을 꿰었다

     

    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 내어둘렀다

     

    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집신이

    둑둑이 걸리어도 있었다

     

    옛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들은 척하였다

    집난이 - 시집간 딸

    질동이 : 질그릇 만드는 흙을 구워 만든 동이

    송구떡 - 송기(松肌)떡. 소나무 속껍질에 멥쌀가루를 섞어 만든 절편

    오지항아리 : 흙으로 초벌 구운 위에 오짓물을 입혀 구운 항아리

    임내 - 흉내

    말쿠지 - 말코지. 물건을 걸게 만든 나무갈고리

    나무말쿠지 : 나무로 만든 옷걸이로 벽에 박아서 사용

    둑둑이 : 한둑이는 10개를 의미함 둑둑이는 많이 있다는 뜻

    고방 (房) : 이전에, 집안에 보관하기 어려운 각종 물품을 넣어 두기 위해서 집 바깥에 따로 만들어 두는 집채를 이르던 말. 

    주로 음식 재료나 각종 생활 용구, 쓰지 않는 세간 따위를 보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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