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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천 - 객지 밥
    시(詩)/정윤천 2017. 7. 17. 09:56

     

     

    객지에 나와 견디는 이들에게 식당에 가는 일은 때론 고역이다

    어쩔땐 정말 구멍 난 냄비 바닥 때우러 가는 기분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끼니 때우러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날따라 하필 옆자리의 아이들이 야단법석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곁에 있는 밥상 위로 올라서기까지 한다

    한동안 참아 내다가 냅다 고함을 쳐주고 만다

    어린 녀석 하나가 울음보를 터뜨린다

    아이들을 방기해 두었던 부모들이 인상을 구기는 게 보인다

     

    자식이 아무리 귀하다고 저렇게 키워도 되는 거냐고

    아무나 들으라는 듯이 한 소리 부쳐준다

    ‘엉길까 말까’ 하는 남자 쪽의 기미가 보인다

    “객지 밥 우겨넣는 일도 갈수록 심란헌디,“ 어쩌고

    목청을 한 옥타브쯤 올려준다

    남자의 꼬랑지 내리는 소리가 방석귀를 스친다

    여자는 벌써 우는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른다

    주방 쪽에 대고

    국이 다 식어 버렸다고 괜한 시비투의 수작으로 마무리를 친다

    그제서야 실내가 물잔 속처럼 고요해져 버린다

     

    내 팔뚝이 굵어서가 아니다

    객지 밥

    아마도 저 무식하고 칼칼한 날 선 단어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자도 어디선가 그 밥 목에 넘겨본 적 있었는지

    장갑처럼 두툼한 손길로 제 아이의 등을 쓸어준다

    “어른들 식사하시는데, 조용하도록 하자.”

    (그림 : 이용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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