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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목포처럼 있었고시(詩)/정윤천 2017. 7. 17. 09:49
정오의 희망가요나 흘려주는 라디오처럼 있었고
희망가요의 옆구리에서 새 나오는 가사들처럼은 있었고
사랑해선 안 될 것들을 사랑한 게 죄이냐며 있었고
진정 난 몰랐다고 수작을 떨기도 하는
허풍선이만큼으로도 있다가
북항은 막배를 보내 놓고 돌아서서 찔끔거려 보는
눈물같이는 있다가
어제처럼 둘러앉아서 한잔씩 걸쳐 보면서 있었다가
왜정 때 버리고 간 동양척식 사옥의 지붕처럼 있기도 하다가
그러다가 한 번씩은 애비 없는 호로자식들 같은 표정 부리다가
흉터에 찬 새살처럼 뚜렷이는 있었고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긴 궁뎅이 밑의
곰발이같이 있기도 했으면서, 이렇게 말하면
역전에서 대반동 포차들 불빛 아래까지를
멋대로 나와바리 삼은 목포의 가죽장갑들이
너는 좀 터져야겠다고 다구리를 놓으려 들지 몰라도
건달 영화나 찍기에 안성맞춤인 뒷골목으로 있었고
목포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쥐새끼들까지는 이어져 내려온, 것도 모자라서
오방 팔방의 분탕질 동안에도 있었고 니미럴 있었고
홍어 좆처럼 여겨져 왔던 십팔 년 동안이거나
팔공년처럼도 주저앉아 있었고
사실은 갈치 속젖마냥은 있었다가
오오냐, 까고 자빠졌구나 식으로 있어 보아주다가
목포는 항구란다 주전자 뚜껑을 뚜드려 보며 있었다가
이제 와선 여영 싫은 내색도 비춰주기 싫어진
비린내 쩔은 몸빼 바지 차림으로는 있었고
쎄가 빠지도록 있었으면서도 그래도 변치 말자며 있고,
(그림 : 윤재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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