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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 좋은 날시(詩)/정윤천 2019. 8. 5. 18:06
장에 간 엄마는 잘 안 오시는 것이다 우리 엄마 안 오시네 엄마처럼 기다리는 것이다
배추를 팔아 신발을 사 오실 엄마
엄마는 신발을 잊고 엄마는 빨랫비누만 소금 됫박이나 사 들고 돌아오는 것이다 좋은
날이란 신발은 오지 않고 좋은 날만 따라왔던 것이다
언 발로 사위를 찍고 사라진 고라니의 겨울 산정도 신발처럼 저 너머에 솟아 있었던 것
이다. 고라니는 떠나가고 좋은 날은 혼자 남아 기다렸던 것이다 고라니도 신발을 깜빡
했다고 들켜주었던 것이다 엄마처럼
좋은 날은 어디선가 제 신발을 찾아 신고 오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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