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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이 되니까
나도 반쯤 귀신이 되어가는 모양이군.
자기 죽은 날 옛집을 찾아가는
귀신 눈에는 제삿상도 보인다던데
쉰 살이 되니까 내게도
지난 추억이란 추억들이
불을 켠 듯 환히 보이기 시작하는군.
그뿐인가, 쉰 살이 되니까
내가 앞으로 내처 가야 할
길도, 여럼풋이 보이기 시작하는군.
옛날에는 점술가한테서나 알아보던 그 길이......
이런 일은 정말
몇 해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쉰 살이 되니까
나도 반쯤 귀신이 되어가는 모양이군(그림 : 백중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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