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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 호박넝쿨을 보며시(詩)/이은봉 2017. 7. 5. 20:53
두엄 구뎅이 뚫고 호박넝쿨 몇 순 담벼락 타고 오른다
가쁜 줄타기 한다
오뉴월 마른 가뭄 뚫고 따가운 햇볕 뚫고
소낙비에 흠씬 몸 적시며 마침내 담벼락 꼭대기에 올라가부좌를 틀고 내려다 보는 호박넝쿨들
장하구나 노랗게 피워 올리는 호박꽃들
뽀얗게 드러내놓는 젖통들 굉장하구나
젖은 몸 털며 발 아래 시원히 굽어보면호박넝쿨들 시원하구나
와락, 현기증 밀려오기도 하는구나
하지만 여기 담벼락 아래 두엄더미 아래 땅으로만 손 뻗으며납작 몸 젖히는 놈들도 있구나
아프게 몸 비트는 놈들도 있구나
놈들이 피워 올리는 꽃들참하게 꺼내어놓는 젖통들, 이라고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환하게 빛나지 않으랴
(그림 : 우용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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