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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 눅눅한 날의 일기시(詩)/황인숙 2017. 7. 1. 20:13
문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둘러본 뒤
속옷 바람으로 총총 계단 네 개를 내려가
신문을 집어왔네
눅눅한 뉴스를 전하는
오후의 조간신문
멀리 가까이 눅눅한 뉴스들
늘 쾌청, 인심 후한 내 어르신친구도
증권이 반 토막 나 상심해 계시고
다른 친구들의 이런저런 불행도 해결책은 결국 돈!
답답해서 유리창을 열러 가니
이미 열려있네
간유리처럼 뿌연 하늘
또 비가 오려나 보네
모두들 눅눅한 소금인형
신문의 오늘 운세란을 보니 문서 운이 있다는데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가진 문서라고는 로또뿐
상상만 해도 뽀송뽀송해지네
구명조끼를 입은 소금인형처럼
(그림 : 박소령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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