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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달자 - 너를 위한 노래 4
    시(詩)/신달자 2017. 6. 23. 17:19

     

    바람 부는 겨울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쫓겨난 여자처럼 머리카락을 날리며
    긴 코트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느린 걸음으로
    역두를 서성이고 싶다

        
    그대여 그런 날 새벽에
    우연히 널 만날 수는 없을까
    나는 수없이 뒤를 돌아보며 약속 없는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내가 탈 기차를 보내고
    그 다음의 기차를 보내며
    시린 가슴으로 떨고 있을 때
    두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너를 만날 수는 없을까

        
    새벽 역두에 나가고 싶다
    찬비 뿌리는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역두를 서성이면
    멀리 보이는 불빛들의 젖은
    그림자 일렁이는 무늬 속으로
    너는 보이고 그리고 없고

        
    그러나 나 결코 떠나지 않으며
    너를 기다리며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비와 함께 떨어지며
    너를 기다리며 그렇게
    참으로 어리석은 낭만을 믿으며 나는
    겨울 역두에 서 있고 싶다

        
    늦은 밤 자정인들 어떠랴
    축축이 젖은 채로
    널 우연히 만날 수만 있다면.

    (그림 : 이순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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