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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에 짐 내린다
짐 내리는 시간이 반생이다
짐 오는 데 백 년 떠나는 데 백 년인가
그 짐 너무 오래 걸려 어깨 푹 파였다
파인 골짝 사이 백담사 계곡물이 출렁인다
그 물소리 베고 잠든다
흐르고 흐르는 속도 급행이지만
짐이 떠내려가는 속도는 애타게 느리다
잠의 깊이에 느린 무늬가 있다
오늘도 그 짐 내리는 데 하룻밤,
그 하룻밤이 포개져 다시 짐이 되는 백 년이 간다.
(그림 : 김영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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