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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핸드백은
내 가슴속의 숨은 방과 같습니다
남들은 잘 열지 못하고
열지 못해서 남들이 조금은 궁금한 내 핸드백은
때때로 나도 궁금해 손을 넣어 뒤적거리곤 합니다
열쇠와 지갑만 잡히면 안심이지만
그 두 가지가 정확하게 보이는데도
무엇이 없어진 느낌으로 여기저기 마음의 주머니를
더듬다가 덜컹 가슴이 내려앉곤 합니다
무엇인가 밀물져 왔다가
썰물처럼 밀려갔는지
황토 빛 뻘이 아프게 펼쳐져 있습니다
오늘은 찾아도 찾는 것이 없어서
속을 확 뒤집어 쏟아 버렸지만
알량한 알몸으로 햇살에 드러나
쑥밭 같은 마음들을 재빠르게 주워 담습니다
내 핸드백 속에서는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곤 합니다.
(그림 : 정종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