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일찍 일어나 빗소리 듣는 것은
햇차 한잔 쪼르릉 따를 때처럼 귀 맑은 것이어서
음악을 끄고 앉아 빗소리 듣노라면
웅덩이에 새겨지는 동그란 파문들이 모이고 모여서
주름을 이루는 것이 보이네
휘어지며 늘어나는 물의 주름을 보며
삶이 고달파 울 일 있다면 그 울음은
끄덕이며 끄덕이며 생기는
저 물낯의 주름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네
도닥도닥 번지는 물의 주름처럼
밀물 썰물 들고 나는 뻘의 주름이나
늙은 어미들의 그 주름살이나
시간을 접어 겹을 만든 것들은,
더 받아들이려 표피를 늘인 것들은,
받아들인 아픔이 층을 이룬 것이어서
(그림 : 김용옥 화백)
'시(詩) > 이대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대흠 - 젓갈 (0) 2017.09.18 이대흠 - 칠량에서 만난 옹구쟁이 (0) 2017.04.11 이대흠 - 어머니의 나라 (0) 2016.08.16 이대흠 - 어머니의 봉다리 (0) 2016.05.15 이대흠 - 광양 여자 2 (0) 201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