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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 막장에 가고 싶은 날시(詩)/이건청 2016. 12. 26. 13:35
레일은 녹슬어 있다.
침목(枕木)이 녹슨 레일 밑에 깔려 있다.
썩으면서 침목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들레꽃이 민들레꽃의 자리에 꽃을 피우고 있다.
봄이다.
레일은 산맥을 향해 가고 싶지만
산들이 양지에 검은 탄을 조금 토해 놓고 기진해 있다.
갱도 입구 '오늘도 무사히'가, 페인트가 벗겨져 있다.
희미하다.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입구에 커다란 X자가 가로질러져 있다.
레일이 녹슬어 있다. 봄이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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