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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 가을이었습니다시(詩)/김선태 2016. 10. 9. 22:37
길을 걷다가
갑자기 가을이었습니다
많이 야윈 듯한 햇빛과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망울,
물위를 말없이 걸어가는 소슬한 바람도
약간씩 가슴을 다친 듯한 가을이었습니다
산허리에 걸리는 느릿한 땅거미도
머언 계곡을 헤매다 되돌아오는 메아리도
모두가 수심찬 표정의 가을이었습니다
그늘진 곳에 핀 코스모스에도 사랑이 있고
빈 공터에 휴지처럼 구겨져 버려진 기억도
고추잠자리 떼처럼 날으며 끝없이 춤을 추는
그런 투명한 가을이었습니다(그림 : 안모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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