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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걸유(乞宥)시(詩)/성선경 2016. 7. 24. 14:04
용서하십시오.
입춘이면 늘 석양의 과객같이 동백을 찾았으나
뚝뚝 목을 꺾는 모습이 독하다 낯빛을 흐렸으며
봄 햇살같은 백목련을 사랑하였으나
잎보다 먼 저 꽃 피는 것을 꺼려 담장 안에 심지 않았읍니다.
어머니 마중가는 길가에서 한들거리는 강아지풀을 무엇보다 좋아했으나
난초를 곁에 두고 자주 물을 주었으며
내 고향의 불알친구를 깊이 사랑했으나
그보다 동료교사와 더 자주 술을 마셨습니다.
건너야할 다리가 앞에 있었으나
나는 선뜻 건너지 않았고
미루다 미루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늘 내 속에 있었으나
한 번도 괄호 밖으로 나와 보지 못한 이여
부디 용서하십시오
걸유(乞宥) :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 해관육조’(解官六條) 중에서
(그림 : 최석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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