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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 4
    시(詩)/김경미 2016. 7. 18. 10:44

     

     

     

    - 연애편지를 위하여

     

    무언가 잊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지요

    -개나리꽃 환합니다 사랑하는 그대 봄볕처럼

    겨웁던 눈빛은 여전한지요 혹은 죽었는지요.

     

    아주 긴 총을 들고 나비처럼 사뿐 세상의 옥상에

    올라가고 싶지요 - 당신이 준 연보랏빛 스위터를 찻집에

    잊고 나왔었죠 창 밖이 온통 벚꽃의 일생 같기에요.

     

    올라가서 그대 머리에 총구를 조준하고

    싶지요 정확히 - 사람에게 그 무엇 있어 그토록 열렬히

    서로 넝쿨 오르고 그 무엇 있어 고양이 발처럼 돌아서고

    대체 사람들에게 그 무엇 있어 생에게 대체 그 무엇 있어

     

    찻집 유리창 너머로 그대 얼굴이 마악 부서지는군요

    사람들이 웅성대네요 무언가 잊을 수 없는 일

    하고 싶었지요 - 싱싱하고 맑은

    벚꽃색 손톱같이 자라리라던. 벚꽃같이

    짧게 깎아내버린 사랑 봉숭아물인지 핏물인지 알 수 없는

     

    가만, 피 흘린 채 들것에 누이는 저건

    나 아닌지요 저 옥상 위 저건 당신이 아닌지요

    대체 무슨 잊을 수 없는 짓을 한 건가요 어제도

    나. 누군가의 총을 맞고 죽었었는데 - 꽃이 피려고

    스스로 애를 쓰는지 바람이 불려고

    스스로 애를 쓰는지 사랑도 스스로 사랑을 애쓰는지

     

    연보랏빛 스웨터가 툭툭 목숨을 털고 일어나

    봄날에 다시 사랑을 하고 총을 들고 옥상을

    오르고 우리 탁자 낭자히 보랏빛 스웨터가 흩어지고,

    다들 뭔가 잊을 수 없는 생을 갖고 싶은 게지요

    - 돌아와 다시 연애편지를 쓰지요 생이여 여전한지요

    나비처럼 가볍게 우리를 들어올리곤 하면서 아름다운

    날들이에요 용서해볼까요 우리 어디 한번 나는

    바퀴벌레도 죽일 수 없어요 말하죠 가라 안 보이는 데 가서

    살아라 너도 나의 전생일지 모르니

    (그림 :김현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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