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 3시(詩)/김경미 2016. 7. 18. 10:46
서로가 첫번째인 혼인 하고 아이 낳고
부부라 불리지만 왠지 항상 당신의
첩인 것만 같지요
당신도 항상 나의 정부인 것만 같지요
당신이 태어나자마자 죽은 본부인이
이 하늘 밑 어딘가에 아직 살아 있어
당신 마음의 제일 좋은 곳을 발라먹고
나 태어나자마자 죽은 내 본남편 있어
귓속에 집을 짓고 끝없이 훌훌 떠날 것을
속삭이는 듯하지요
그러나 모두들 한여름 흰 치잣빛 낮잠처럼
어쩌면 그렇게 태연한 연분의 표정들인지
가을 따라 눈썹 몇 번쯤 깜박이면 시야도 창호지
너머처럼 뿌옇게 스러져
스러지다 촛불 탁 엎어지면, 그제야 본댁으로들
각각 돌아가, 삶, 이라는 불륜, 에 대해 무슨 용서와
고통을 치를지, 보지 못한 태생 저편의 본가가 살수록
그립고 궁금치 않은지요
(그림 : 김현정 화백)
'시(詩) > 김경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 1 (0) 2016.07.18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 2 (0) 2016.07.18 김경미 - 나는야 세컨드 4 (0) 2016.07.18 김경미 - 그리운 심야 (0) 2016.07.17 김경미 - 내 마음의 지도 (0) 201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