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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전어속젓시(詩)/안도현 2016. 5. 31. 22:33
날름날름 까불던 바다가
오목거울로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곰소만(灣)으로 가을이 왔다
전어떼가 왔다
전어는 누가 잘라 먹든 구워 먹든
상관하지 않고 몸을 다 내준 뒤에
쓰디쓴 눈송이만한 어둔 내장(內臟) 한 송이를 남겨놓으니
이것으로 담근 젓을 전어속젓이라고 부른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에 오랜 근신이 필요하듯이
젓갈 담근지 석 달 후쯤 뜨거운 흰밥과 함께 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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