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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물외냉국시(詩)/안도현 2016. 5. 31. 22:35
외가에서는 오이를 물외라 불렀다
금방 펌프질한 물을
양동이속에 퍼부어 주면 물외는
좋아서 저희끼리 물 위에 올라앉아
새끼오리처럼 동동 거렸다
그때 물외의 팔뚝에
소름이오슬오슬 돋는 것을
나는 오래 들여다보았다
물외는 펌프 주둥이로 빠져나오는
통통한 물줄기를 잘라서
양동이에 띄워 놓은 것 같았다
물줄기의 둥근 도막을
반으로뚝 꺾어 젊은 외삼촌이
우적우적 씹어 먹는 동안
도닥도닥 외할머니는 저무는
부엌에서 물외채를 쳤다
햇살이 싸리울 그림자를
마당에 펼치고 있었고
물외 냉국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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