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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도현 - 안동식혜
    시(詩)/안도현 2016. 5. 31. 22:23

     

     

     

    경북 북부지방 여자들은 음력 정월이면 가가호호 식혜를 만드는데,

    찹쌀을 고들고들하게 쪄서 엿기름물에 담고

    생강즙과 고춧가루 물로 내 삭힌 이 맵고 달고 붉은 음식을

    특별히 안동식혜라고 부른다

     

    안동식혜를 담아온 사발에는 잘 삭은 밥알이 동동 뜨고

    나박나박 썬 무와 배도 뜨고 잣이나 땅콩 몇알도 고명처럼 살짝 뜨는데,

    생전 이 음식을 처음 받아본 타지 사람들은 고춧가루에서 우러난 불그죽죽한,

    그 뭐라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이 야릇한 식혜의 빛깔 앞에서 그만 어이없이

    '아니, 이 집 여인의 속곳 헹군 강물을 동이로 퍼내 손님을

    접대하겠다는 건가'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뿐이랴, 금방이라도 서걱서걱 소리가 날 것 같은,

    입안으로 들어가면 잇몸을 순식간에 화끈 찌르고 말 것 같은 살얼음이

    사발 위에 둥둥 떠 있으니 도저히 선뜻 입을 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안동에 사는 굴뚝새들은 잠 아니 오는 겨울 밤에

    봉창을 부리로 두드리며 "아지매요? 올결에도 식혜했니껴?"하고 묻고,

    이런 밤 마당에는 목 마른 항아리가 검은 머리결이 아름다운

    눈발을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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