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무 - 비의 냄새 끝에는시(詩)/이재무 2016. 5. 13. 15:35
여름비에는 냄새가 난다
들쩍지근한 참외 냄새 몰고 오는 비
멸치와 감자 우려낸 국물의
수제비 냄새 몰고 오는 비
옥수수기름 반지르르한
빈대떡 냄새 몰고 오는 비
김 펄펄 나는 순댓국밥 내음 몰고 오는 비
아카시아 밤꽃 내 흩뿌리는 비
청국장 냄새가 골목으로 번지고
갯비린내 물씬 풍기며 젖통 흔들며 그녀는 와서
그리움에 흠뻑 젖은 살 살짝 물었다 뱉는다
온종일 빈집 문간에 앉아 중얼중얼
누구도 알아듣지 못할 혼잣소리 내뱉다
신작로 너머 홀연 사라지는 하지(夏至)의 여자
(그림 : 김동욱 화백)
'시(詩) > 이재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무 - 깊은 눈 (0) 2016.07.02 이재무 - 아버지 (0) 2016.06.08 이재무 - 술이나 빚어볼거나 (0) 2016.05.13 이재무 - 봄의 직공들 (0) 2016.05.05 이재무 - 부지깽이 (0) 201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