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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부지깽이시(詩)/이재무 2015. 5. 16. 11:22
- 서툰 것이 아름답다
일곱 살 때였던가
뒤꼍 울 안 가마솥 옆
부지깽이 하나로
엄닌 내게 쓰기를 가르치셨다
다리엔 몇 번이고 쥐가 올랐다
뒷산 밟아온 어둠이
갈참나무 밑둥을 돌며
망설이다 지쳐
모자(母子)의 앉은키
훌쩍, 뛰어넘을 때까지
그친 적 없었다 우리들의 즐거운 놀이
몇 해를 두고
화단 채송화꽃 피었다 지고...... .
내 문득 그날의 서툰 글씨 그리워
그곳으로 내달려가면
내 앉은키와 나란했던
그 시절의 나무들 팔 벌려야 안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자리 반듯하게 그을수록 더욱 삐뚤어지던
그날의 글자들이
얼굴 환한 꽃으로 피어
웃고 있었다
(그림 : 이동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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