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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송가(送歌)시(詩)/이재무 2015. 3. 7. 11:31
모두들 그렇게 떠났다
눈결에 눈물꽃송이 몇 개 띄운 채
입으론 쓸쓸히 웃으면서 즐거웠노라고
차마 잊을 순 없겠다는 말바늘 끝 되어 귓속 아프게 하고
인연의 매듭 풀면서
가늘게 떠는 어깨 두어 번 두드리고 떠난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아도 돌아오리란
믿음 지키며 저무는 강가
물살에 닳은 조약돌로 앉아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밤을 맞았다
그런 날들의 먼 인가의 불빛은
물빛으로 반짝거렸고
살아온 생이 뿌리에서 떨어져나온 나뭇잎처럼 쓸쓸했다강물은 뭍으로 올라와
생의 출발을 서두르고 재촉했지만
사소한 바람에도 낮고 축축한 울음을 낳던
갈대의 몸에 묶인 마음을 끝내 움직이진 못했다
조약돌에 이끼가 살고
물때가 제법 무성해지자
어느 먼 마을에서 온 개망초 하나
눈물인 듯 울음인 듯
내 곁에서 꽃을 피웠다(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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