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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윤 - 일용직 정씨의 봄시(詩)/이명윤 2016. 5. 1. 15:14
벚꽃 가득한 풍경을 파일에 담는다
휴대폰을 여는 순간
(봄이다)
부르튼 입술이 봄을 한입 베어 물면
당신 잠시나마 봄이 되지 않을까
한가하게 봄 타령이라니요
어쩌면 쓴웃음 짓겠지만
언제 또 다른 일 찾아야 할지 모를 불안이
습관적으로 피고 지는 저녁
밥이 되지 못하는 봄이란
사치스런 감성으로 피고 지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길 가 벚나무의 수많은 입이 터뜨리는 환한 웃음에
저게 다 출근도장이면
저게 다 밥이면 좋겠네
당신 잠깐의 미소로 행복할 수 있다면
봄이 그저 당신의 얼굴을 스쳐가는
가벼운 은유로 머물지라도
늦은 밤 찬밥을 얹은 숟가락위에
꽃잎 한 장 올려주고 싶네
(계약기간을 연장합니다)
기다리던 통보가 오지 않는 당신의 저녁
계약하지 않아도 매년 찾아오는 봄
당신이 잃어버린 봄날의 한 컷을
돌려드리고 싶네.
(그림 : 박미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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