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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정 -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시(詩)/시(詩) 2016. 4. 23. 15:55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그림 : 문정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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