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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 - 입술이 붉은 열여섯시(詩)/시(詩) 2016. 4. 24. 16:33
그녀는 동갑내기였다 입술이 붉은 열여섯
그녀는 꽃봉오리였다 하루라도 빨리 피고 싶어 안달하는
그래서 그녀는 날 숨막히게 했다
밤 몰래 담 넘어 올래?
초생달처럼 와선 문고릴 두 번만 잡아다닐래?
하여 치렁치렁 늘어트린 긴 머리칼 한쪽으로 묶어내리고
오자마자 나 어때 어때 하며 안겨들던 그녀는
고작 열여섯 꽃봉오리였다
그녀는 동갑내기였다 입술이 붉은 열여섯
그래서 그녀는 날 숨막히게 했다
제 오라비가 쓸 신혼방이라며
쉬쉬하며 끄을고 가기도 했던
장롱 속의 새 이불 꺼내며
한 번도 쓰지 못한 그 이불 꺼내며
더럽히면 안 돼 안 돼 하며 목부터 끌어안던 그녀는
내가 미처 사내가 아니어서
내가 미처 사내가 아니어서
"야"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그녀는.
(그림 : 한영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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