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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남 - 밥에도 뿌리가 있다시(詩)/시(詩) 2016. 4. 23. 15:30
세월이 앗아간 쓰디쓴 입맛으로 하여
엄마와 아내가 겨울나무처럼 마주 섰을 때
나의 뿌리는 아내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식탐 많은 아들 고기반찬 뺏어 먹다가
아내 지청구 들으며 등골 서늘하게 확인한다
아내의 뿌리가 어느 쪽으로 뻗어나갔는지어려서 참나무 같았던 아버지와 밥 먹을 때
밥알 흘린다고 지청구 듣던 아들 바라보며
내 엄마의 뿌리도 뻐근하게 멍이 들었으리라
사주팔자 책을 읽다가 보느니
원래 남편은 아내를 마음의 밥으로 삼고
어미는 자식에 밥의 뿌리를 두고 사는 법이란다
밥의 뿌리에 관한 오랜 내력을 생각하자매
엄마로 하여 오랫동안 짓누르던 바윗덩어리가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은 생각이 뿌리를 내렸다(그림 : 김계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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