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관영 - 국수를 삶는시(詩)/시(詩) 2016. 4. 9. 21:55
국수를 삶는 밤이다
일어나는 거품을 주저앉히며
창밖을 본다 만개(滿開)한
벚나무 아래 평상에서 소리가 들린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젓다가 찬물에 헹군다
누가 아들과 아내 떼어놓고 살라 안 했는데 이러고 있듯
벚꽃은 피었다
기러기아빠라는 말에는 국수처럼 느린 슬픔이 있다
비빈 국수 냄비의 귀때기를 들고
저 벚꽃나무에 뛰어내리고 싶은 밤이다
저 별에게 국수를 권해 볼까
국수가 풀어지듯
소주가 몸 속에서 풀리듯
국수를 삶는 내가
벚꽃에 풀리고 있다
국수가 에부수수
벚꽃처럼 끓는 밤이다
에부수수(부사) : 1. 정돈되지 아니하여 어수선하고 엉성한 모양. 2. 물건이 속이 차지 아니한 모양.
(그림 : 백중기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금녀 - 엄마 말 들어 손해난 적 있니 (0) 2016.04.09 조동례 - 나를 찾아서 (0) 2016.04.09 황라현 - 꽃은 바람에게 (0) 2016.04.09 김시천 - 먼 산 진달래 (0) 2016.04.08 김시천 - 편지3 (0) 201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