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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 엄마 말 들어 손해난 적 있니시(詩)/시(詩) 2016. 4. 9. 22:44
밤늦게 들어온다고 문 잠그지 말아라
술 취해 제집 찾아오는 것도 신통한 일이다
살 비비고 몇 삼년 살고 나면
서로 무에 그리 대수롭겠냐
밖에 나가면 눈에 띄는
새봄의 풋것들이 입맛을 돋우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입을 대는 것은 아니란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지
처음 만난 듯 반갑게 맞이해라
발길 끊이면 그날로 남이 아니냐
종일 출장갔다 생각해라
문밖에 나가면 네 남자가 아니라 해두어라
남자들이란 등짐 생각뿐이어서
너를 넣어둘 공간이 없다
밥벌이만 생각하느니라
세상은 그리 쉽지 않아
울타리는 없는 것보다는 든든하지만
틈새 없는 울타리 노릇은 하지 마라
갑갑하고 지리하다
지루할 때 울타리 밖이 신선해 보인다
적당한 거리에서 눈감고 묵상에 잠겨라
다 제 정신들로 산다
못 믿는 것도 네 탓이다
그만한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
그 속 안썩으면 다른 곳에 탈이 생긴다
걱정이 없으면
문틀 위에
큰 돌덩이를 매달아 놓았다는
중국고사 새겨 들을 나이가 되었잖니?
엄마 말 들어 손해난 적 있니?
(그림 : 김대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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