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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일 끝낸 형들, 누님들이 둘씩 셋씩 짝을 지어 학산 뽕나무밭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창수 형이 느닷 없이 앞에다 대고 "야 이년덜아. 내 고구마 좀 쪄도라!" 하고 고함을 질러댑니다.
깔깔대던 누님들의 웃음소리가 딱 그칩니다.
옥근이 형 민석이 형도 "내껏도 쪄도라, 내껏도 쪄도라" 킬킬대고
그러거나 말거나 누님들은 다시 깔깔대기 시작합니다.
"야 이 호박씨덜아, 내 고구마 좀 쪄도랑게!"
금방 쫓아갈 듯이 창수 형이 다시 목가래톳을 세우며 우두두두두 발걸음 빨라지는 입소리를 냅니다.
또동또동한 누님 하나가 홱 돌아서서 "니미 솥으다 쪄라, 니미 솥으다 쪄라" 이러고는 까르르 저만치 달아납니다.
초저녁 별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반짝반짝 반짝이고만 있었습니다.
(그림 : 백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