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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리는데
울 엄니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딜 가셨나
밑 터진 비료 푸대에 목을 내고
양팔을 내어 비옷처럼 쓰시고
청닛날 밭에 들깨 모종하러 가셨나
고구마순 놓으러 가셨나
애리는 어금니 소주 한 모금 입에 물고 달래시며
거미줄이나 마중나온 길 허둑허둑 돌아오시나
큰아야, 집 뜯기면 어디로 간다냐 보상금 타서
아파트로 간다냐 제발 물 안 나는 디로
두어 칸 앉힌다냐, 물으시더니
하늘님께 물음 뜨러 가셨나 손주 새끼들이랑
언제나 함께 사냐고 날 받으러 가셨나
꺽꺽 목이 쉬어
빗발은 앞뒷발 다 들고 쏟아지는데(그림 : 최정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