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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철사로 테를 동여맨 떡시루
어매는 무를 둥글납작하게 썰어 시루구멍을 막는다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호박고지 깔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통팥 뿌리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낸내 묻은 감 껍질 구겨 넣고
쌀가룰 한 둘금 그 위에
자식들 추석옷도 못 사준 속 썩는 쑥 냄새 고르고
추석 장만한다고 며칠째 진이 빠진 어매
큰집 정짓문께 얼쩡거린다고 부지깽이 내두르던 어매
목 당그래질 해대는 것이 무지개떡 쇠머리찰떡만은 아닌지
쌀가루 이겨 붙인 시루뽄이 자꾸 떨어지는지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어매는
부지깽이 만지작거리며 꾸벅꾸벅 존다(그림 : 박재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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