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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엉겅퀴꽃 아버지시(詩)/김수우 2016. 3. 30. 00:34
밤새워 소주를 마셔도 당신은 젖지 않는다
이미 세상의 빗물에 취해 버린 이마와 가슴, 봉창을 닮았다 아니
밤새 헤아려 놓은 희망으로 얼룩진 새벽 봉창이다
문지방엔 당신이 밟아 넘어뜨린 근심이 더께졌다
삼킨 울음은 뭉그러진 못대가리로 박혀 빛난다
벗은 영혼은 못쓰는 타자기처럼 뻑뻑하지만
글쇠 몇 개 언제나 굳건히 일어선다
그런 당신의 옹이에 나는 옷을 건다
무거운 코트를 제일 먼저 건다
진통제처럼 떠있는 새벽달을 먹고 당신은 기침을 쏟는다
기침마다 헐은 아침이 묻어나온다
헌 구두짝에 담긴 하루를 신고 당신이 걷는 길은
손등에서 쇠빛 혈관으로 툭툭 불거지는데
당신의 방 앞에서 매일 꽃피는 붉은 엉겅퀴
(그림 : 김정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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