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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컴컴한 골목들로 빽빽합니다
지치지 않는 길과 창문과 얼굴이 서로 마주해
자작나무처럼 자란 저, 무늬들
샛길 하늘을 얽어놓은 전깃줄도 보입니다
알전구가 흔들리면 선반에 일년내 피어있던
프라스틱 패랭이꽃도 슬쩍 흔들립니다
팽팽하던 길, 구불구불 몸속으로 기어들 때
비로소 한 마리 고등어로 돌아 올 수 있음을 알았으니
애초 등푸른 생선으로 팔린 내가 다시 푸른 등짝으로 도착합니다
두고온 길들, 내버린 길들, 몸속에 가둔 벼랑이 뒤척이는데,
이천 원에 팔리는 한 마리 슬픔, 눈이 붉어옵니다
왁자한 파도들 익숙하고 낯설어
낮게 낮게 시장통 좌판에 물끄러미 누울 수 있을 때까지
내가 걸어야 할 바다, 매일 토막을 냅니다
(그림 : 박미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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