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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우 - 금실은실
    시(詩)/김수우 2016. 4. 7. 01:14

     

     

     1
    열 살 때까지 바다가 보이는 산동네에 살았다.

    산복도로에서 버스를 내리면 시퉁한 얼굴의 바다, 창을 열면 골목 굽이진 담 밖에서 눈을 흘겼다

    때로 이빨을 보이며 웃기도 했다

    저녁이면 큰배들마다 조명등과 작업등이 켜졌다

    한밤의 바다에 수놓이는 금실은실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가난이 칡덩굴인줄 모르고 자랐다

    그 섬세한 흔들림 때문에 하늘의 별들도 이쁘지 않았다

    바다의 가슴속에는 흔들바람이 들어 있었다.

    2
    엄마의 바느질 꾸러미에는 담겨있던 서너 개의 금실은실 실꾸리.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엄마의 꾸러미를 열면 참 오밀한 이야기들이 만져졌다

    머리카락 같이 가늘고 긴 슬픔은 대바늘 끝에서 어울려 내 뜨개옷마다 반짝였다

    슬픔이 뿌리인줄 모르고 공기돌을 놀았다

    시간을 지워가며 희망을 뜨듯 그렇게 우리의 윗도리를 뜨면서 지새운 엄마의 밤.

    그 긴 밤들이 개여뀌처럼 피어나 조약돌로 동글어져 갔다.

    3
    금실은실이 없다

    내 서랍 속에도 내 가슴속에도.

    아니, 있다. 이빨이 썩고 하나 새로 해 넣으면서 무늬 지는 물결 속에,

    아이들에게 양치질을 가르치듯 사는 법을 일러 줄 수 없는 이맛주름 속에,

    베란다의 겨울을 잘 견디다 봄햇살에 말라가는 화초 속에,

    가슴병 때문에 잠 못 들어 전등 스위치를 다시 올리는 네 손톱 끝에,

    끝내 부르지 못한 이름 하나와 그 마침표 속에.

    그리움이 탯줄인지 모르고 살아가는데 금실은실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림 : 이미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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