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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초 - 만재도의 봄시(詩)/시(詩) 2016. 3. 27. 23:34
보리 여물 때 홍합도 뽀작뽀작 여물제라.
아홉 무새 열 무새에 물이 많이 써. 그란 때 사릿발에 파도만 조용하문 홍합을 해.
물땐디 안 나가문 엉덩이가 근질근질하제.
빈창(빗창)으로 홍합 따고 헝서리(망사리)에 담고. 허리 펼 새 없이 쉼 없는 반복하제.
홍합은 물 많이 썬 디 독(돌)에 붙어 있어. 파도를 이김서 붙은 것이라 언능 쉽게 안 떨어져.
힘이 씨어. 힘을 왕창 써야 내 것으로 갖고 와.
파도가 데꼬(데리고) 갈라고 해도 우리는 절대 안 따라가, 안 따라가….
허리가 휘청하게 물빨이 쎄고 쎄제. 물빨이 쎈 만큼 씨알이 굵고 맛이 야무져.
근께 홍합 하기가 다 사나(사나워). 홍합 벌이는 언능 헌성 불러도 고생이어라.
물살이 달라 들고 형편 없제. 추와서도 못하고, 나이 묵은 사람은 하도 못해.
암만…. 깐딱하문 씻겨 내려가 죽제.
오늘도 길 없는 길 헤쳐 파도 속에 온몸 던져.
만재도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남쪽에 있는 섬.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142㎞ 지점에 있다.
(그림 : 박석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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