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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금초 -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시(詩)/시(詩) 2016. 3. 27. 23:17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이청준 소설<이어도>에서)

     

    지느러미 나풀거리는, 풋풋한 아침 바당
    고기비늘 황금 알갱이 노역의 등짐 부려놓고
    이어도,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퉁방울눈 돌하루방 눈빛 저리 삼삼하고
    꽃멀미 질퍽한 그곳, 유채꽃 한나절을.

     

    바람 불면 바람소리 속에, 바당 울면 바당 울음 속에
    웅웅웅 신음 같은, 한숨 같은 노랫가락 이어도 사나 이
    어도 사나
    아련히 바닷바람에 실려 오고 실려 가고.

     

    다금바리 오분재기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상한 그물 손질하며
    급한 물길 물질하며
    산호초 꽃덤불 넘어,
    캄캄한 침묵 수렁을 넘어.

     

    자갈밭 그물코 새로 그 옛날 바닷바람 솨솨 지나가네.
    천리 남쪽 바당 밖에 꿈처럼 생시처럼 허옇게 솟은 피
    안의 섬, 제주 어부 노래로 노래로 굴려온 세월 전설의 섬,
    가본 사람 아무도 없이 눈에 밟히는 수수께끼 섬, 고된 이
    승 접고 나면 저승 복락 누리는 섬, 한번 보면 이내 가서
    오지 않는, 영영 다시 오지 않는 섬이러라.
    이어도, 어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 이어....

     

    밀물 들면 수면 아래 뉘엿이 가라앉고
    썰물 때면 건듯 솟아 허우대 드러내는
    방어 빛 파도 헤치며 두둥실 뜨는 섬이어라.

     

    마른 낙엽 몰고 가는 마파람 쌀쌀한 그해 겨울
    모슬포 바위 벼랑 울타리 없는 서역 천축 머나 먼 길 아
    기작 걸음 비비닥질 수라의 바당 헤쳐 갈 때 물이랑 뒤척
    이며 꿈결에 떠오른 이어도 이어도, 수평선 훌쩍 건너 우
    화등선 넘어가 버리고
    섬 억새 굽은 산등성이 하얗게 물들였네.

    이어도사나 :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부르는 구전민요로 이별이 없는 영원한 이상향에 대한 바다여인들의 염원을 노래이다.

    과거 해녀들이 부르던 노래라 일명 ‘해녀노래’ 또는 ‘해녀 배젓는 소리’라고도 하며, ‘이어도사나’는 노 저을 때 내는 여음을 의미한다

    (그림 : 채기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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