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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초 - 파리야 극락 가자시(詩)/시(詩) 2016. 3. 27. 23:40
- 조계산 선암사
비었다 찼다 비었다 찼다, 절 한 채 지나면 또 절이다.
선암사엔 왜 가는가.
육백 년 묵은 매화처사 봄바람 날리러 가지, 손재주 부려먹는 사람 승선교 보러 가지,
잡을손 뜬 세상살이 속 거북한 사람 해우소 들리러 가지….
멍들고 결린 데는 개똥, 머리털 숭숭 빠지는 데는 숫염소똥,
열병 황달에는 돼지똥, 눈 다래끼에는 제비똥,
배탈 설사에는 당나귀똥, 부종 곽란에는 소똥,
치질에는 토끼똥, 진통제는 박쥐똥, 신경통에는 묵은 인분이 특효약이지.
어서 와 속 풀어라. 꽃이나 똥이나 미추불이(美醜不二) 아니던가.
예나 제나 똥구멍만큼도 못한 입 구멍이 판치는 세상, 눈꼴 시려 주련 달지 않았는가.
선암사 뒷간 가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내고, 꼬인 속 매듭 풀고 파리야 극락 가자.
그러게. 절도 사람도 풍경일 뿐인 것을.
(그림 : 김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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