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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지 마세요
이곳에선 회심懷心도 죄가 됩니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용을 닮은 덩치 큰 사내가
돌 속에 귀신처럼 서 있습니다
두 귀를 막으십시오
용두암은 한 사람이 남는 감정입니다
당신 등 뒤에서
왼손과 오른손으로 붙잡던
서늘한 영혼
역병처럼 당신에게 진득하게 옮겨 앉는
용두암
바위산의 사내가
바위를 가르고
지상의 한 사람 앞에
물짐승처럼 젖은 무릎을 꿇을 때
비린 눈빛도 죄가 됩니다
고백하지 마세요
이곳에선 고백도 죄가 됩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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