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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 황태에 관하여시(詩)/서안나 2014. 10. 30. 20:52
내 죄가 있다면 지상에서의 삶을 꿈꾼 것이다
퍼덕이며 육지의 힘에 닿고 싶었다
험준한 산령을 거슬러 올라
싱싱한 산 하나 알처럼 낳고 싶었다진부령 덕장에는 하루 종일
눈과 바람과 얼음꽃의 고요함이 가득 차 있다
소금기가 흐려지는 내 혈관에서
두고 온 얼굴들이 조금씩 흘러나간다
나는 얼마나 그대들을 욕망했던가
움켜쥐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놓아버릴 때
슬픈 수식어들이 지워지고
백지처럼 넓어지며 나는 비워진다
산의 손길로 정결하게 요약되는 나의 생
불필요한 정신들은 절름거리며 내게서 다 떠났다
눈이 내리고 또 바람이 분다
죽음이 다시 찾아온다
나는 온몸이 크고 단단한 사리다(그림 : 김정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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