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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나 - 병산서원에서 보내는 늦은 전언시(詩)/서안나 2014. 1. 20. 12:03
지상에서 남은 일이란한여름 팔작지붕 홑처마 그늘 따라 옮겨 앉는 일
게으르게 손톱 발톱 깎아 목백일홍 아래 묻어주고헛담배 피워 먼 산을 조금 어지럽히는 일
햇살에 다친 무량한 풍경 불러들여
입교당 찬 대청마루에 풋잠으로 함께 깃드는 일
담벼락에 어린 흙내 나는 당신을 자주 지우곤 했다
하나와 둘 혹은 다시 하나가 되는 하회의 이치에 닿으면나는 돌 틈을 맴돌고 당신은 당신으로 흐른다
삼천 권 고서를 쌓아두고 만대루에서 강학(講學)하는 밤내 몸은 차고 슬픈 뇌옥 나는 나를 달려나갈 수 없다
늙은 정인의 이마가 물빛으로 차고 넘칠 즈음흰 뼈 몇 개로 나는 절연의 문장 속에서 서늘해질 것이다
목백일홍 꽃잎 강물에 풀어쓰는 새벽의 늦은 전언
당신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의 문장들이 다 젖었다
(그림 : 조용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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