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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미 - 메밀꽃이 인다는 그 말
    시(詩)/조용미 2015. 11. 24. 21:35

     

     

    바닷가 사람들이 오랜말로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을 어부들은 메밀꽃이라 부릅니다

     

    흰 거품을 일으키는 물보라를 메밀꽃이 인다하는데
    그 꽃은 피는게 아니라 이는 거예요

     

    피는 꽃이 스러지는 꽃을 알수 있을까요
    지는 꽃이 일어나는 꽃을 숨 쉴 수 있을까요

     

    먼 파도에서 일어나는 물거품을
    나도 이 순간부터 메밀꽃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잠에서 일어나고 연기가 일어나는
    먼지가 일어나고 두통이 일어나는

     

    아지랭이가 일어나고 혁명이 일어나는

     

    산불이 일어나고 지진이 일어나는
    불꽃이 일어나고 모래바람이 일어나는

     

    일어나고 일어나 스러지고 또 스러져 다시 일어나는
    그 꽃을 당신은 벌써 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음이 일어난다는 말은 어떤가요
    메밀꽃처럼 흰 거품을 일으키며 솟구쳤다 스러지고
    또 스러지는 이 마음 참 오래되었지요

     

    메밀꽃이 또 인다고 당신께 소식 전하지는 못합니다
    그저 메밀꽃이 피고 졌다 말할 밖에요

     

    북쪽으로, 매서운 메밀꽃이 이는 한겨울의 바다로
    가만히 당신을 보러 갑니다.

    (그림 : 박명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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