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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미 - 구름의 서쪽
    시(詩)/조용미 2015. 2. 23. 21:39

     

     

     

    당신은 내가 모르는 사이 죽음 근처에 다녀왔소

    당신이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요

    당신은 내게 항상 부재하는 실재였으므로 어쩌면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닐 것이오

     

    무엇이 사라질 때마다 내가 그 사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하지 않겠소

    아름답고 비루하고 쓰라리고 신비한 이 삶을 나는 또다시 살아내야 하는 것이오

    섬세한 언어처럼 가을이 내 앞에 다시 왔소

     

    나는 어떤 새로운 형식으로 당신을 그리워하기로 했소

    왜 새롭지 않으면 안 되는지 그것 또한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소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어여쁜, 내가 헤아리지 못하는 사랑이 있었을 것이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사랑이 있었을 것이오

     

    이제 이 서러움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었소

    한때 우리는 서러움을 함께 나누었소 만나지 않고서도 나누었소

    당신의 소식이 더 이상 오지 않는 봄이 온다 해도 내게는 오래 간직한 낡은 마음이 있소

    그것으로 족하오 낡은 마음은 봄에 다시 새로운 마음이 되오

    (그림 : 김윤종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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