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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 논 속의 산그림자시(詩)/함민복 2015. 10. 23. 12:24
물 잡아 논 논배미에 산그림자 드리워져
낮은 물 깊어지네
산그림자 산 높이의 열 배쯤
한 십여 리
어떻게 와서 저리 몸 담그고 있는지
거꾸로 박힌 산그림자 속
바위는 굴러 떨어지지 않고
나무는 움트네
개구리 울음소리 산그림자
깜깜하게 풀어놓던 며칠 밤 지나
흙을 향해 허리 굽히는 게 모든 일의 시작인
농부들 푸른 모춤을 지고
산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뒷걸음치며 산에 모를 심네
바위 위에도 모를 꽂아 놓았네
산그림자 속에서 백로 한 마리 날아 나와
편 목 다시 구부리며
젖지 않은 발 적시며
산그림자 위로 내려앉네(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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