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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 폐타이어 3시(詩)/함민복 2015. 6. 25. 23:24
사과처럼 돌려 깎여
고무밧줄이 되었네
뱃전에 묶여 배 충격 완화시키며
해풍에 몸 삭여도 좋았으련만
바퀴에 더 많은 짐 얹게 하는
무뚝뚝한 탄력의 신세가 되었네
아, 타래박 줄이 되어
먼 길 걸어온 사람들 목을 축여줄 수 있었다면
허나 바퀴의 운명이
짐을 싣고 달리는 것이라면
다른 바퀴가 짊어진
짐 꽉 묶어주는 일은 또 어떤가
원형의 나를 풀고 모든 형태가 될 수 있는
나는 아직 탄력이 남아 있다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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