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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시(詩)/김명인 2015. 9. 4. 01:21
졸음기 그득 햇살로 쟁여졌으니
이곳도 언젠가 한 번쯤은 와 본 풍경 속이다
화단의 자미 늦여름 한낮을 꽃방석 그늘로 펼쳐 놓았네
작은 역사는 제 키 높이로 녹슨 기차 한 량 주저앉히고
허리 아래쪽만 꽉 깨물고 있다, 정오니까
나그네에겐 분별조차 고단하니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몇만 톤 졸음이나 그늘 안쪽에 부려 놓을까?
불멸불멸하면서 평생 떠도느라 빚졌으니
모로 고개 꺾은 저 승객도 이승이란 낯선 대합실
깨어나면 딱딱한 나무 의자쯤으로 여길 것인가
자미 : 배롱나무꽃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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