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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인 - 조이미용실
    시(詩)/김명인 2015. 8. 1. 04:29


                                                                                                                                               (낭송 : 김명인)

     

    늦은 귀가에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입구의 파리바게트 다음으로 조이미용실 불빛이 환하다

    주인 홀로 바닥을 쓸거나 손님용 의자에 앉아 졸고 있어서
    셔터로 가둬야 할 하루를 서성거리게 만드는
    저 미용실은 어떤 손님이 예약했기에
    짙은 분 냄새 같은 형광 불빛을 밤늦도록 매달아놓는가

     

    늙은 사공 혼자서 꾸려나가는
    저런 거룻배가 지금도 건재하다는 것이
    허술한 내 美의 척도를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몇십 년 단골이더라도 저 집 고객은
    용돈이 빠듯한 할머니들이거나
    구구하게 소개되는 낯선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소문난 억척처럼
    좁은 미용실을 꽉 채우던 예전의 수다와 같은
    공기는 아직도 끊을 수 없는 연줄로 남아서
    저 배는 변화무쌍한 유행을 머릿결로 타고 넘으며
    갈 데까지 흘러갈 것이다

    그동안 세헤라자데는 쉴 틈 없이 입술을 달싹이면서
    얼마나 고단하게 인생을 노 저을 것인가


    자꾸만 자라나는 머리카락으로는
    나는 어떤 아름다움이 시대의 기준인지 어림할 수 없겠다
    다만 거품을 넣을 때 잔득 부풀린 머리끝까지
    하루의 피곤이 빼곡히 들어찼는지
    아, 하고 입을 벌리면 저렇게 쏟아져 나오다가도
    손바닥에 가로막히면 금방 풀이 죽어버리는
    시간이라는 하품을 나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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