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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인 - 아버지의 고기잡이
    시(詩)/김명인 2015. 1. 5. 18:10


    열목어의 눈병이 도졌는지, 아버지는
    무슨 생각으로 나와 내 어로(漁撈)가 궁금해지신다
    그러면 나, 아버지의 계류에서 다시 흘러가
    검푸른 파도로 솟아 뱃전을 뒤흔드는 심해에
    낚시를 드리우고 바닥에 닿는
    옛날의 멀미에 시달리기도 하리라


    줄을 당기면 손 안에 갇히는 미세한
    퍼덕거림조차 해저의 감촉을 실어 나르느라
    알 수 없는 요동으로 떨려올 때
    물밑 고기들이 뱉어놓은 수많은 기포 사이를
    시간은 무슨 해류를 타고 용케 빠져나갔을까,
    건져 올린 은빛 비늘의 저 선연한 색 티!
    갓 낚은 물고기들 한 겹 제 물 무늬로 미끈거리듯
    아버지의 고기잡이는 그게
    새삼 벗어버리고 싶어지신 걸까,


    마음의 갈매기도 몇 마리 거느리고
    바다 생살을 찢으며 아침놀 속으로
    이 배는 돌아갈 테지만
    살아 있음이란 결코 지울 수 없는 파동, 그 숱한 멀미
    가득 실었다 해도
    모든 만선(滿船)은 쓸쓸하다, 마침내 비워내고선
    무얼 싣기도 버거운 저기 조각달처럼!

    (그림 : 박성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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