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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 - 가을의 끝시(詩)/김명인 2014. 11. 30. 10:06
더 이상 시들 것 없는 벌판 속으로
바람이 몰려간다 풍찬노숙의
쓸쓸한 풀꽃 몇 포기 아직도 지지 못해서
허옇게 갈대꽃 함께 흔들리는 강가오늘은 우주의 끝으로
귀뚜르르 귀뚜라미 교신하는 가을의 끝머리에 선다
또 우리가 누릴 수 없어도 날들은 이렇게
흘러가고 흘러가리라
이마에 물결치는 강굽이 바라보며 눈썹 젖으면
캄캄했던 세월만 저희끼리
추억이 되고 아픔이 되고 한다
그러므로 소리 죽여 흐느끼는 여울이여
억새 가슴에 저며 서걱이는 빈 들판에 서서
이제 우리가 새삼 불러야 할 노래는 무엇인가
저기 위안 없이 가야 할
남은 길들이 마저 보인다
그러니 여기 잠시만 멈춰서라풍찬노숙(風餐露宿) :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뜻으로, 떠돌아다니며 고생스러운 생활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
(그림 : 김인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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