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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인 - 침묵
    시(詩)/김명인 2015. 2. 1. 20:35

     

     

     
    긴 골목길이 어스름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저녁을 지켜본다
    그 착란 속으로 오랫동안 배를 저어
    물살의 중심으로 나아갔지만,
    강물은 금세 흐름을 바꾸어 스스로의 길을 지우고
    어느덧 나는 내 소용돌이 안쪽으로
    떠밀려 와 있다

     

    그러고 보니,
    낮에는 언덕 위 아카시아숲을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어둠 속이지만 아직도 나무가
    제 우듬지를 세우려고 애쓰는지
    침묵의 시간을 거스르는 이 물음이
    지금의 풍경 안에서 생겨나듯
    상상도 창 하나의 배경으로 떠오르는 것,

     

    창의 부분 속으로 한 사람이
    어둡게 걸어왔다가 풍경 밖으로 사라지고
    한동안 그쪽으로는 아무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람의 우연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
    침묵은 필경 그런 것이다

     

    나는 창 하나의 넓이만큼만 저 캄캄함을 본다
    그 속에서도 바람은
    안에서 불고 밖에서도 분다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길은 이미 지워졌지만
    누구나 제 안에서 들끓는 길의 침묵을
    울면서 들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림 : 오치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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